요양병원 적정성평가 족집게 과외 근절책 있다
대한요양병원협회 “절대평가 전환, 평가지표 개선 시급”
대한요양병원협회는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일부 요양병원이 적정성평가에 대비해 족집게 과외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것과 관련해 불합리한 평가지표, 상대평가 방식을 개선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밝혔다.
대한요양병원협회 남충희 회장은 14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요양병원 적정성평가를 개선하지 않으면 컨설팅업체의 족집게 과외를 근절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국민의힘 최연숙 의원은 최근 심평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일부 요양병원들이 적정성평가에서 상위 등급을 받기 위해 컨설팅 업체로부터 '족집게 과외'를 받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최 의원은 컨설팅 업체가 중등도 이상의 통증 개선 환자분율, 욕창 개선 환자분율, 욕창이 새로 생긴 환자분율 등을 조작하는 방법을 상세하게 강의하는 동영상을 입수해 국감장에서 공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남충희 회장은 “객관성이 결여된 지표로 적정성평가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상위 등급은 가산, 하위 등급은 폐업을 감수해야 할 정도로 혹독한 감산 조치를 하는데 양심적인 평가를 기대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보건복지부는 2021년 2주기 3차 요양병원 적정성평가 결과와 질 지원금을 연계해 올해 7월부터 1년간 △종합점수 상위 10% 이하 입원료 20% 별도 산정 △종합점수 상위 11~30% 입원료 10% 별도 산정 △4등급 이상이면서 종합점수가 직전 평가 대비 5점 이상 향상된 경우 입원료 5% 별도 산정 등의 수가 가산에 들어갔다.
반면 종합점수 하위 5%에 대해서는 의사등급 및 간호등급 입원료 가산과 필요인력 보상을 2분기 동안 받을 수 없도록 환류 처분했다.
지난 6월 초 발표한 요양병원 2주기 3차 적정성평가 결과 604개 기관이 질 지원금으로 623억 원 상당의 입원료 가산을 받았지만 하위 5%에 해당한 51개는 2분기 동안 환류 처분을 당했다.
적정성평가 상위 등급에 대한 질 지원금 재원을 건강보험 재정에서 추가 확보한 것도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요양병원 전문의 50% 이상 입원료 가산을 18%에서 13%로, 50% 미만 입원료 가산을 10%에서 5%로 축소하고, 이를 통해 확보한 건강보험 재정 절감분으로 질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괸 형국이다.
남충희 회장은 “요양병원의 의료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평가지표를 제시하고, 충족 여부를 절대평가한다면 전국의 모든 요양병원이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 “그런데 현재는 상대평가 방식으로 과잉 경쟁을 조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평가지표도 불합리하다”고 비판했다.
대한요양병원협회가 문제 삼는 대표적인 평가지표는 △욕창이 새로 생긴 환자분율 △욕창 개선 환자분율 △유치도뇨관이 있는 환자분율 △항정신성의약품 처방률 △중등도 이상의 통증 개선 환자분율 △일상생활수행능력(ADL) 개선 환자분율 등이다.
남충희 회장은 “상당수 환자가 욕창이 발생한 상태에서 입원하고, 노인환자의 특성상 욕창 발생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는데 상대평가를 하다 보니 한명이라도 생기면 하위 50%로 떨어지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남회장은 “유치도뇨관을 삽입하거나, 항정약을 투여하거나, 통증이나 일상생활수행능력을 개선할 수 없는 중증환자가 많은 요양병원일수록 상위 등급을 받을 수 없는 게 적정성평가 구조”라면서 “이는 정부의 요양병원 정책 방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질타했다.
이에 따라 대한요양병원협회는 적정성평가가 의료의 질을 높이고, 수가 가감 지급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절대평가로 전환, 평가지표 개선 등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정부에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