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한 언론 보도에 애꿎은 요양병원 뭇매
환자 항문에서 30cm 속기저귀? 사실 확인 없이 기사화
요양병원협회 남충희 회장 “간병 급여화 시급한 과제”
‘요양병원에 입원한 아버지의 항문에서 30㎝ 속기저귀가 나왔다?’ 언론사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무책임하게 보도하면서 전국의 요양병원들이 부도덕한 집단으로 내몰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요양병원에서 아버지 항문에 기저귀를 넣어놨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작성자는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아버지를 집에서 간병해 오다가 2주 전 간병인의 전문적인 도움을 받기 위해 요양병원에 모셨다고 했다.
그런데 검진을 받기 위해 아버지를 대학병원에 모시고 가서 살펴보니 욕창, 폐렴 등이 심각한 상태였다고 한다.
특히 글 작성자는 아버지의 항문에서 초록색의 무언가가 보여 손가락을 넣어 당겨보니 30cm 정도 되는 속기저귀가 나왔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폭로했다.
작성자는 “(간병인이) 6명을 혼자 간병해 힘들다고 저희 가족에게 하소연하더니 힘들고 치우기 힘드니까 아예 틀어막아 버렸나 의심이 들었다”면서 “그 병실에 있던 다른 분들도 너무 걱정된다”고 호소했다.
그러자 언론들이 경쟁이라고 하듯 여과 없이 보도하기 시작했다.
‘“요양병원 입원한 아버지 항문서 30㎝ 기저귀가 나왔어요”’, ‘“요양병원서 아버지 항문에 30cm 기저귀 넣어”…학대 의혹’, ‘요양병원 입원 아버지 항문서 30㎝ 기저귀가…"눈물난다"’, ‘“요양병원서 아버지 항문에 기저귀 넣었다”…누리꾼들 공분’ 등의 기사가 쏟아졌다.
하지만 그 어느 언론도 글 작성자나 해당 요양병원에 사실을 확인하지 않았다.
간병인이 30cm가 넘는 속기저귀를 환자의 항문으로 집어넣을 수 있는지, 그것도 다른 환자들과 함께 생활하는 6인실에서 이런 극악무도한 짓을 자행할 수 있는지 등 반드시 확인이 필요했지만 언론들은 제목장사에만 열을 올렸다.
이 때문에 요양병원을 비난하는 누리꾼들의 댓글이 폭주했다.
한 누리꾼은 “부모님을 요양병원에 입원시키는 순간 물건취급 당하다가 죽어야 나온다. 요양병원에 있는 부모는 고통 속에서 죽어가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적었다.
언론과 누리꾼의 관심이 집중되자 글 작성자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은 채 글을 삭제하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나가버렸다.
이에 대해 대한요양병원협회 남충희 회장은 “만약 해당 글이 사실이라면 요양병원과 간병인은 엄한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다”면서도 “팩트 체크도 하지 않고, 요양병원을 악마화한 언론의 행태를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특히 남충희 회장은 “만약 이런 일이 실제 벌어졌다면 요양병원 간병 시스템을 개선하는 게 매우 시급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환자의 인권을 생각하고, 간병 서비스의 질 개선, 환자의 간병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조속히 간병을 제도권으로 편입, 건강보험을 적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